테러와 분노.. 정당한 폭력? (김원기)
2년전에 미국이 이라크를 처음 공격하던 때에 많이 돌아다니던 글이다.

비슷한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많다..

올림픽 100미터 결승에서 1등하는 사람보다 꼴찌하는 사람에게..
스파이더맨의 영웅담보다 지나가다 차에 맞고 쓰러지는 사람에게..
라이언일병보다 그 때문에 괜히 죽은 다른 병사들에게..
위너보다 루저에게..


모든 사람은 같은 가치를 지니는가..
모든 폭력은 같은 혐오를 가지는가..


나는 폭력이 무섭다. 육체적인것도 정신적인 것도..
그 어떤 작은 폭력도 나를 쉽게 무장해제 시킨다.
그리고 지난후 남는건 자기 혐오 뿐이다..



테러와 분노.. 정당한 폭력? (김원기)


제목을 저렇게 달았다고 해서 제가 얼마전 미국에서 벌어진 테러에 대해 직접적으로 무슨 말을 하려는 건 아닙니다. 다만, 우리가 왜 "미국에서 벌어진 테러에 대해 함께 걱정하고 분노해야 하는가"를 생각해보려는 거죠.
친지들이 사건 현장 부근에 있어 걱정 중이신 분들도 계시기에, 조심해야할 문제이긴 합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종류의 사건을 바라보는 것이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생각에 몇 가지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1. 테러와 분노 - 정당한 폭력?

한번 다음과 같은 식의 '설명'을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일본이 한반도에 진출해 대한제국을 합병하고 식민통치를 하던 시절에 그에 반감을 품은 조선인들 몇 명이 테러 조직을 만들어 일본인 고위 관리 및 몇 명의 민간인들에게 피해를 입힌 적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유명한 반일운동 지도자인 김구에 의해서 길러진 홍쿠 공원 사건의 윤봉길, 그리고 천황 암살 미수 사건의 이봉창 등이 유명하지만, 이외에도 다른 몇 개의 테러 조직들도 활동을 했습니다. 그 중에서 널리 알려진 것이 동양척식회사 폭탄 투척 사건과 안중근에 의한 이또오 히로부미 암살사건입니다.


이런 게 '객관적인 - 즉, 일본이나 한국 어느 입장에 치우치지 않고 사실만을 말하는' 태도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쨌거나 위와 같은 얘기가 우리에게는 불편하겠죠. 그러나, 1910년부터 1945년 사이에 존재했던, 한국인에 의한 일본인 테러는 한국인에게 있어서는 "의거"이겠지만, 그것이 제 3자에게도 명백한 사실 혹은 진실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한국인들-로서는 그것이 일본의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지배에 "항거"하는 "유일한 수단"이었다고 말할 수 있고, 그렇기에 "정당했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어떤 냉소적인 제 3자가 "정치적인 폭력이란 어떤 식으로든 자신을 정당화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모든 폭력은 다 나쁘다, 라는 비난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말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대꾸하시겠습니까? 어떤 극한적인 상황에서라면 폭력은 정당하다고, 혹은 적어도 불가피하다고 말하시겠습니까, 아니면 "그래, 그땐 우리가 잘못했어"라고 말하시겠습니까. "폭력에 저항하는 폭력"은 정당하거나 불가피한 것이라고 믿으십니까? 저도 그렇게 믿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자구행위라는 건, 어쩔 수 없이 정당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2. 가상적인 시나리오 - 일본의 한국 재침공


한국이 극적으로 통일을 이룬지 얼마 안되고 일본이 우경화의 극치를 달리던 어느날, 예전의 가쓰라-태프트 밀약1)에 버금가는 밀약을 미국과 맺은 뒤, "2000년 전, 우리 조상이 살던 고향땅을 찾아왔다"며 부산 및 진해, 경상남도 일부 지역에 무력으로 침공을 시작합니다.


일본은 몇 가지 역사적 사료들을 증거로 내세우며 이것이 "2000년 전 한반도에 진출해있던 일본인들의 <임나일본부>를 회복하려는 거룩한 성전"이라고 주장하며 세계인에게 호소합니다(그때까지 이미 이 증거들은 몇 번의 국제적인 고고학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논문들에 근거하고 있기에, 어떤 '정직한' 외국 학자들은 그 근거를 받아들여 브리태니커 등을 비롯한 세계사에서 그 진실성을 인정하게 됩니다),


막강한 일본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그동안 전력을 증강해온 자위대의 무력 앞에 한국군이 허무하게 무너집니다. 믿고 있던 주한 미군은 일본의 침공이 벌어지기 얼마 전 오끼나와에 있는 미 극동 사령부로 후퇴했으며, 미국 정부는 "이는 기본적으로 일본과 한국 사이에서 자율적이고 평화적인 방식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며, "미국 정부는 언제나 그랬듯이 외국의 내정에 대해서는 간섭하지 않기로 한다"는 성명을 발표한 뒤 팔짱을 끼고 관망하기만 합니다.


한편, 세계 경제를 장악하고 있는 일본은 역시 인터넷 및 언론을 장악, 한국인들이 세계 인류에게 호소할 수 있는 길을 효과적으로 통제합니다. pc 보급률 및 인터넷 사용률 세계 1위라는 것이 무색하게도 모든 서버의 접속이 차단된 상태에서 한국인들은 AFP 및 로이터 통신, AP 통신 등 세계 굴지의 언론사에 이 안타깝고 억울한 사정을 호소하지만, 그 보도는 축소 왜곡되고, 반대로 "2000년만에 고향에 돌아온" 일본인들의 환희와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방송은 연일 CNN을 통해 보도됩니다.


오키나와 현에 살고 있는 한 할머니가 티브이에 나와 눈물을 흘리며 "50년전 전쟁 패망 당시 일본으로 돌아오려다 부산에서 한국인들에게 밟혀죽은 남편을 그리며" 오열하는 장면이 보도되고, "선조들의 피가 묻은 땅"에 돌아가는 일본인들의 모습이 타임지 표지를 장식하는 가운데, 한국인들은 전쟁 발발 3일 만에 경상도 남부 및 전라도 남부를 빼앗깁니다.


한국인들은 간혹 돌고 돌아 접속한 인터넷에서 온라인 상에 올라온 많은 정보들이 실상을 왜곡하고 있다는 것에 분개하지만, 그들의 발언이 전혀 세계인들에게 알려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절망합니다. 한국 정부 1년 예산보다 더 많은 군사비용을 쓰는 일본의 막강한 군사력을 당할 수 없는 한국인들은 장렬하게 전선에서 산화하지만, 미국에 의해서 통제되어온 무기 수준으로는 일본의 최신 무기들을 당해낼 수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본토 미사일 공격을 시도하려고 해도, "300KM 제한"에 걸려있던 대부분의 한국의 미사일로서는 쓰시마 섬 정도나 공격하는 것이 고작이었던 거죠.


게다가 한편에서는 임진왜란 당시 멀고먼 조선의 외진 땅에서 고향을 그리며 외로운 전투를 계속하는 일본인 장수가 조선인들의 음모와 계략에 의해서 살해당해 일본에 두고온 딸과 아내의 이름을 부르며 죽어가는 "감동적인 휴먼 전쟁 드라마"가 만들어져 전세계 사람들에게 눈물을 흘리게 하고 아카데미를 석권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물론 이 영화에 엄청난 일본인 자본이 투자되었다는 것은 말할 필요 없겠죠.


그러자, 한국인들은 "최후의 수단"에 호소하기로 합니다. 이 전쟁이 왜 잘못된 것인지, 한국인들이 얼마나 억울한지 알리기 위해서, 그리고 미국과 일본에게 "응징"을 가하기 위해서, 일본 천황궁과 백악관에 폭탄을 던지고 요미우리 신문이나 뉴욕 타임즈에 총질을 하죠. 하지만, 전세계 언론은 이 테러의 "목적"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대신 그 와중에 죽은 민간인의 인적 사항과 함께 울부짖는 그 가족들의 모습을 전 세계에 크게 보도하고, 전 세계 사람들은 "테러리스트 코리안"에 대한 분노에 함께 휩싸입니다...............


3. 이스라엘은 아랍인에게 어떤 짓을 했는가. 아랍인들은 한국인에게 어떤 짓을 했는가.

위에서 말한 이야기가 "어처구니없다"고 생각하신다면, 그것이 바로 이스라엘과 영국, 그리고 미국이 팔레스타인 땅의 아랍인에게 했던 일이었다는 것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스라엘인들이 "2000년 전 조상이 살던 땅"을 반환해줄 것을, 당시 팔레스타인땅을 식민지로 지배하고 있었던 영국에 요구했고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이스라엘인들은 "시오니즘" 운동과 함께 팔레스타인땅으로 돌아오게 되죠. 그리고, 그 뒤 몇 십년간 PLO(팔레스타인 해방기구)라는 이름으로 땅을 뺏기고 유랑 생활을 해야했던 아랍인들은 그 어느 곳에도 호소할 데가 없었죠.


이스라엘인들, 다시 말해 유태인들은 상당한 재력가들과 권력자들을 포함하고 있었고 그들은 세계 주요 언론을 장악하고 있었고, 다수의 국가-미국과 영국 등-에서 정치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수십년 간 2차세계대전에서의 "홀로코스트"를 영화화하는 동시에, 아랍인들을 희화화하거나 적대적인 모습으로 그려내는 헐리우드 영화에 돈을 투자해왔습니다.


우리의 가상 시나리오에서 일본인이 하듯이 말이죠. 물론, 독일군이 유태인들에게 한 일이 정당화될 수 있다거나 반인륜적 범죄가 아니라고 말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그 사실을 "계속 재현"시키고 "상기"시키는 행위가, 한편으로는 그들 자신에 의한 폭력을 "망각"하게 하기 위한 정치적 도구로 사용되지 않았는가, 혹은 그런 역할을 하지 않았는가 하는 것이죠.


어쨌거나 아랍인들은 "이슬람세계 외부"에서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만들어집니다.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한국 역사에서 미국이나 일본, 중국, 독일이나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은 대한제국 말기에 이권 침탈을 위한 경쟁 상대들이었습니다. 미국은 조선 땅에 "깃발"을 꽂은 최초의 서양 국가였고, 프랑스는 외규장각 도서 5천여권을 불지르고 도망간 장본인입니다.


그러나, 한민족 5천년의 역사 속에서 아랍 세계의 그 누구가 조선 땅에 와서 적대적인 사건을 저지른 바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가장 먼 사람들은 중동의 아랍인들입니다. 그러한 심리적인 거리는 역사적 경험이 아니라, 바로 이데올로기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죠. 그래서 우리는 헐리우드 영화를 볼 때, 아랍인 수십 명이 수류탄에 날아가는 것은 마음 편하게 보면서도(그것은 "정의에 의한 응징"이니까요), 미국인 병사 하나가 아랍인 한 명에 의해서 죽는 것은 불편해지는 겁니다(그것은 "테러"니까 말이죠). 마치 거의 대부분의 베트남전 영화에서 베트남인들이 "알 수 없는 존재들"로 그려지고, 친구가 된 미국인의 "뒷통수를 치는" 배신자들로 그려지는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가 만일 진지하게 우리의 가상 시나리오를 생각해본다면, 그동안 아랍인들이 호소할 수 있었던 "최후의 수단"이 테러였다는 것이, 조금은 납득이 가거나 이해가 갈 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그들로서는 다른 방법이 없었을지도 모르니까요. 세계 최강의 국가라는 나라가 자신들의 억울한 사정을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런 "절망과 고통"을 만들어온 장본인국가였을 때, 약소국의 국민으로서 그것에 대해 항의하고 호소할 수 있는 수단이 무엇이었을까요?


4. 어떤 눈으로 세상을 볼 것인가?


사실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모두 이번 "테러"와 무관하다는 사실을, 읽으면서 느끼셨습니까?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이번 "테러"와 무관한 이유는, 아직 범인이 누군지 전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지금까지 "아랍"에 대해 한 이야기는, 사실 "아랍인들이 범인일 것이다"라는 것을 넘겨짚고 인정하고 있는 것에 다름아닌 것이죠.


다시 한 번, 우리의 다른 가상 시나리오를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만일 이 범죄가 "미국내 반정부 게릴라"들에 의한 테러였다고 한다면? 그렇다면 미국은 아랍 국가들에게 오해한 것에 대해 사과를 할까요? 미국인들은 아랍인들에 대한 증오를 풀까요? 만일 미국이 아랍 국가에 대한 "군사적 응징"을 시작한다면, 그것은 범인이 밝혀져서일까요?


민간인에 대한 테러는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그 명분이 어떠하건, 무고한 민간인들의 피를 흘리게 하는 것은 반인륜적 범죄니까요.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폭격으로 사망한 이라크 어린이들의 피는 작전 도중 사망한 미국 군인들의 피보다 훨씬 더 비극적이고 소중할 것이고, 노근리에서나 베트남에서, 만주의 마루타부대나 독일의 아우슈비츠에서 흘러내린 무고한 피는 결코 씻어내지 못할 인류 역사의 오욕입니다.


그러나, 그것과는 다른 맥락에서, 범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미 특정한 집단에 대한 단죄가 이루어지는 것에 대해서 우리가 냉정할 필요가 있을 것같습니다. 테러에 대한 분노와 비통함은 공유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그 "적"에 대한 증오나 분노를, 대한민국 땅에서 사는 "우리"가 공유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테러" 자체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테러 자체에 대한 분노에 대해서라면, 그것은 제가 말할 수 있는 부분을 넘어서는 것 같습니다. 다만,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테러 이후 아랍세계에 대한 미국 정부의 반응과 미국인들의 태도는, "미국"과 "미국인들"의 것이고, 우리의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혹시나 "테러리스트 아랍인들"이 인류의 적이라고 느끼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이와 같은 글을 썼다고 생각해 주십시오.


만일 여전히 범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아랍의 특정한 국가나 단체에 대한 미국에 의한 "무력 응징"이 벌어질 경우, 그것이 사실은 미국의 무단적인 폭력이자 증오의 표출이지 "정의의 행사"하고는 무관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어쩌면 "제 3자"인 우리가 가져야 할 (어쩌면 지나치게 냉정한?) 시각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필자주]위에 소개한 내용은 네티즌 김원기님의 글을 재구성한 것임을 발혀둡니다.
by shini | 2004/07/09 00:58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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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인호네 at 2004/07/27 08:39
먼저 닫고 도망가서 미안하기는 하지만..그리고 별로 관계도 없는 덧글이기도 하지만...마땅히 다른곳에 가서..주절 거릴곳도 없고 해서 간단히 메모합니다. 상당히 불건전한 발상이라고 생각이 들지만 난 유영철이라는 인간이 느꼈을 여러가지 감정에 대해서 생각해봤어요. 코드가 맞는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미친넘끼리는 잘 통한다고 하던데...하는 생각도 해보고...하여간 그래서 좀 우울했어요..퇴근하고 나서 슈퍼에 들러서 3년만에 처음으로 포도주를 한병 샀습니다....주절주절......아 바른정신 건전한 육체의 길을 왜 이다지도 먼것인지.
Commented by 인호네 at 2004/08/06 12:13
Good work, good life, good love, good-bye oppression
인호네는 so long 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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